여행일기

[공주] 봄의 시작을 공주에서

song_hyejin_ 2025. 3. 23. 19:50

(2025.3.22)
 
 
그 어떤 때보다도 즉흥적이고 대책없던 여행기이자,
비록 당일치기였지만 처음으로 혼자 떠났던 공주 여행기입니다
 
저는 그동안 중간고사에 짓눌려 봄을 만끽하지 못했던 한이 있는데용..
마침 주말에 날씨가 너무나 좋다길래 왜인지 집에만 있기엔 너무 억울했음ㅜㅜ
 

마치 봄이 나한테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만 같았음

 
짧디 짧은 봄을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즐겨야한다(는 강박)에, 금요일 점심시간에 즉흥적으로 공주로 향하는 고속버스 티켓을 예매해 바로 다음날 홀로 떠났습니다
 
학생 때는 공부라는 것이 끝도 없으니 항상 거기에 의식적으로 매여있었는데, 출근을 하니 공과 사의 경계가 뚜렷한 게 엄청난 장점인 듯
 

 
나 태어나서 고속터미널 역을 처음가봤잖아
원래 고속버스 타고 여행다닐 땐 항상 동서울터미널로만 가봤었는데, 고속터미널 역은 훨씬 넓고 깔끔해서 신기했다ㅎㄹ
버스 출발시간보다 약 50분을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까먹고 놓고 온 충전선을 사러 다이소도 다녀오고 지하상가도 조금 걸어봤다
 

 
나 그냥 적절한 시간에 남은 자리를 예매했던 것 뿐인데...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처음 타봤다..
출발할 때부터, 기사님이 화창한 날씨처럼 기분좋은 여행 되시길 바란다면서 인사를 해주셨는데, 너무 황송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돼
 
앉아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내 주위를 맴도는 게, 벌써 에어컨을 켤 계절이 되었구나 싶었음


 
1시간 30분 정도를 이동해 공주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내가 너무 서울촌놈이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네이버 지도에 도착정보가 없어서 진짜 버스가 영원히 안올 예정인건지(?) 아니면 원래 안뜨는 건지 모르겠는거야ㅠ
 
그래도 탈 수 있는 버스가 굉장히 많았고, 정류장에 시간표가 붙어있길래 조금 기다리니 바로 버스가 왔다

할아버지 할머니만 가득 앉아계신 낯선 버스 속 풍경에 적응하며 식당으로 이동..ㅎ
 

 
https://naver.me/GAL0MFeB

 

네이버 지도

시장밤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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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여행을 가면 밥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냥 먹고 싶은 메뉴 적당히 아무 곳에서 먹고, 음식보다는 걸어다니는 것, 구경하는 것, 여유롭게 커피마시는 것을 더 좋아해서 그냥 근처 중식집으로 향했음
 

근데 그 중식집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심연이었던 거야...

 

절대 나쁜 의미는 아니고, 너무 로컬 그 자체여서 예쁘게 꾸며입고 화장한 내가 혼자 입장하기에 너무 민망했다
누가 봐도 여행자였고... 특히 혼자 여행온 사람이 갈 법한 곳도 더더욱 아니었음..
 

 
하지만 식사는 맛있게 했습니다
기분 조와서 사치부리느라 탕수육 소짜까지 주문했어
 
짜장면은 옥수수콘이 올라간 평범하지만 맛있는 짜장면이었고,
탕수육은 소스가 묻지 않은 부분은 바삭했지만 소스를 잔뜩 부어서 주시기 때문에, 소스에 덮인 부분은 튀김옷이 푹 적셔져있었다
나는 별로 안가리고 먹는 타입이라, 그냥 주는대로 잘 먹구옴ㅎ
 
현금으로 계산하면 저렴하길래, 가방 구석에 묵혀두었던 현대모비스 면접비(....)로 계산을 했더니, 친절한 여사장님께서 새돈이네요~ 하시면서 거스름돈은 헌돈이라고ㅋㅋㅋㅋㅋ


 
공산성으로 향하는 길에 제민천을 걷고 싶어서, 조금은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이 날 전반적으로, 날씨좋은 토요일이라 사람이 붐빌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라 너무 좋았다
 
평일까지만 해도 패딩을 입고 덜덜 떨며 출근했는데, 주말에는 스웨이드 자켓을 입고 여행을 오다니,,
 

 
대박 나 나비도 봤서... 노란 나비가 저와 같이 동행해주셨어요~


버스정류장조차 기와로 만들어진 공주

 
https://naver.me/xl0wQk7z

 

네이버 지도

공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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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여행의 필수코스 공산성
하루종일 한적했던 공주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많았던 곳이었다
 
백제의 왕성으로, 세계문화유산 문화재라고 한다... 라는 걸 블로그 쓰면서 지금 알았음
 

어쨌든 다녀오셨잖아

 
사실 그냥 산책하기 좋다...는 것 외에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다녀왔는데, 아니 너무 가파른 산이잖아요ㅜㅜ
갑자기 시작된 고강도 유산소에 저 너무 당황햇어요.
 
언덕 오르자마자 애플워치가 바로 운동기록할거냐고 물어봄
 

 
자켓을 벗어재끼고 열심히 오르다가 정자같은 곳이 있어서 앉아서 쉬는 중
 
그래도 이 때까지는 나름 뽀송한 상태였다고 할 수가 있어요
이 뒤로 엄청난 고생길이 열리기 때문에.
 



공산성은 입구부터 끊임없는 갈림길의 연속이기 때문에, 어디로 향할지 선택을 잘 하셔야 하는데요...
하 일단 거두절미하고 얘기드리자면 '저기에 뭔가 숨겨진 명소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 절대 하지 마시고, 그런거 없으니까 제발 멀리가지 말고 완만한 길을 선택해서 다니시길

 

왜냐면 내가 모든 갈림길에서 최악의 루트를 선택해서 갈데까지 갔다 왔음

 

 
문 너머로 보이는 초록빛에 반해 사진을 찍고 들어갔는데, 정말 고생길의 시작이었던 곳
 
나는 혼자다닐 때, 지도를 보고 길을 정하는 게 아니라, 궁금한 곳이나 호기심이 생기는 곳은 꼭 들러보거나 통과해서 발길 닿는대로 다니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실패한 적이 없었어..)
역시 공산성에서도 더 궁금한 곳을 골라 걸어다녔는데, 왜인지 점점 인적이 드물어지더라고..?
 

아직은 기분이 좋았었지

 
은개골 역사공원이 있다는 표지판을 보고 호기심에 끝없는 계단을 내려가보니 나름 깔끔하게 조성된 공원이 나왔고, 산수유 꽃도 피어있었다
이 때까지 굉장히 행복한 기분을 안고, 공산성 입구로 향하는 평탄한 길이 있을거라고 예상했던 방향으로 걸어가니, 길이 없었다..
 

 
길이.. 없넹....
설마 아까 그 끝없는 계단과 등산길만이 돌아가는 유일한 길일리는 없다 생각하며 조금은 완만해보이는 새로운 등산길로 들어섰음
 

 
분명히 돌아가는 길과 합쳐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희망을 안고 산길을 꽤나 올라갔는데...
 
 

그 끝은 막다른 길에 위치한 양봉장(??????)이었음

 

?????

 


양봉장..을 내가 태어나서 본 적이 없는데.. 
 
 
이거 자칫하면 사유지 침범한 수상한 여성이 되겠다 싶어서 막 서둘러서 돌아나왔음;;
결국 체념하고 내가 그렇게 피하려고 아등바등했던 그 가파른 계단과 산길로 숨이 턱끝까지 차는데도 씩씩하게 걸어올라갔다
 
그 후로도 정신 못차리고 '저쪽에 더 빠른 길이 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 맘대로 가보다가 결국 몇 번을 돌아나왔음

(공산성의 거의 모든 길을 내가 다 가본 듯)

 

 
공산성 입장할 때 '저기 이따 가봐야지~' 했던 곳한시간 반의 등산 이후에 마주할거라곤
 
어쨌든 이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잠깐 그늘에 앉아 쉬는데, 사진을 찍어볼까 하고 얼굴을 보니 뻘겋게 달아올라있어서 그거 식을 때까지 한참을 쉬다가 나왔다ㅜ
 
그치만 신기하게도 처음 가봤던 길을 다시 돌아나오다보니, 오면서 느꼈던 것보다는 먼 길이 아니었구나 싶었음
처음 가보는 길이 특히 멀게 느껴진다는 요상한 교훈을 얻고 감,,,


 
추억이 좋지 않았던 공산성을 탈출해, 소품샵을 구경하러 가는 길
 
아직 완연한 여행시기가 다가오지 않아서 그런지, 공주는 의아할 정도로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여유를 느끼며 혼자 여행하기에는 완벽했을지도-
 

 
https://naver.me/5vcpPt8l

 

네이버 지도

여온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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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품들이 있는 여온상회
소품샵이 그리 많지 않은 공주에서 그래도 인지도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토요일인데도 손님 한 명이 없어서 혼자 구경하는 동안 조금 머쓱했다...
 
특별히 사고싶은 건 없어서 구경만 열심히 하다가 공손히 인사하고 빠져나옴ㅎ


 
여온상회를 들린 후에는 바로 한옥마을로 향할 예정이었는데, 가게를 나와보니 맞은편 1분거리에 예쁜 한옥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거야..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살짝 가봤더니, '싱글스텝' 이라는 이름의 카페더라고
 

 
메뉴가 궁금해서 네이버지도에 카페이름을 검색하던 중에,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에 바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음
 
마음에 쏙들어서 홀린듯 들어가니 내부가 더예쁘잖아... 야외좌석도 있잖아... 
 

 
창문밖으로 보이는 대나무 사이로 햇빛도 들어오구..
카페 자체가 한옥인데 인테리어까지 넘 아늑하고 따뜻하니 감성있구..
직원분까지 친절하셔
 
무엇보다도, 사람이 아예 없지도 많지도 않고 딱 한두 팀 정도 있는 게, 내가 완벽하게 사랑하는 한적함이었어
디저트도 다양해서, 이 카페 안국쪽에 있었으면 무조건 사람 꽉꽉 들어찼을것 같음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나의 (구)핸드폰 아이폰8으로 사진 찍어서, 기아 온보딩 동기들한테 자랑도 했더
 
여기가 아직 공주의 다른 카페들에 비해 덜 알려진 듯 한데, 다들 공주로 놀러가신다면 꼭꼭 이 보물같은 곳을 방문하시길

유명해졌으면 좋겠는데 안유명해졌으면 좋겠는데 유명해지길...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볼록거울

 

https://naver.me/5jJa75xI

 

네이버 지도

공주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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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한옥마을까지 이동을 위해 30분정도를 걸어 갔다

난 걷는걸 굉장히 조아하기 때문에... 1시간 이내면 그냥 무조건 걸어다닌다고 생각하면 됨ㅎ

 

내 처음 계획으론 공산성에서 15분정도만 머무를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등산에 시간을 너무나 지체해버린 바람에 조금 아까웠거든

근데 시간이 밀리니까 딱 햇빛이 진해지는 시간에 한옥마을에 도착해서, 한옥을 보기에 가장 예쁜 시간이었잖아~

 

 

여기는 그냥 관광지로만 있는 한옥들이 아니고, 실제 숙소로 운영되는 곳인가봐

위아래 꽃무늬 잠옷에 조끼까지 단체로 입고계시던 숙박객분들이 부끄러워하시던 모습도 기억남ㅜㅋㅋㅋㅋㅋㅋ

 

전통차체험관 족욕체험관 등등이 있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닫혀있었던 것 같았다

한옥마을 자체는 그리 규모가 크지 않아서, 한바퀴 돌기에 10분이면 충분하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셔요...

 

 

돌아가는 길에 내 옆을 스쳐지나간 공주의 고마열차


 

https://naver.me/xAFCV3OQ

 

네이버 지도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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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공주의 가게들이 모여있는 제민천 골목에 위치한 '단편선'이라는 인테리어 소품샵에 갔다

한옥마을로부터 약 4~50분을 바지런히 걸어감..

나의 여행코스는 항상 튼튼한 두 다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항상 관절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 (리터럴리 뼈저리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인분께서 상냥한 목소리로 인사를 해주시고, 익숙하신 듯 구경하는 나에게서 관심을 거두신다 (감사해요 정말)

여기도 손님이 없어서 혼자 사부작사부작 구경하느라 민망했는데, 꽤나 유명한 곳이라 그 후로 2팀이 더 들어오셔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여행이 거의 끝나가는 시간이었기에 유용하게 사용하진 못했지만, 소품샵 한쪽 벽에 붙어있던 제민천의 가게모음집


단편선에서 나오는 길에 예뻐서 찍어둔 알코올샵

 

https://naver.me/xY4sHrmW

 

네이버 지도

가가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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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게 특유의 감성을 뿜어내고 있는 공주여행의 마지막 코스, 가가책방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미리 봤던 기억으로는 주인분의 번호로 전화를 하면 자물쇠 비밀번호를 알려주신댔는데, 내가 갔을 때는 이미 자물쇠가 열려 있었다

 

혹시나 안에 손님이 계신 걸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들어갔지만 아무도 안계셨음

입장료 5천원이라는 글이 적힌 종이가 책상 위에 놓여있었는데, 카드결제기가 없어서 '어떻게... 내지..' 고민하다가ㅋㅋㅋ

점심먹을 때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으로 받았던 오천원권을 나오는 길에 저금통 안에 쏘옥 넣구 옴

 

 

굉장히 아담한 곳이지만 글과 그림을 남길 수 있는 필기도구들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몇 개 있다

공주여행의 마지막 장소였기 때문에, 버스터미널로 돌아갈 시간이 될 때까지 잠시동안 앉아서 책을 읽기로 했음

 

시간이 별로 없어서 최대한 얇은 시집을 찾았지만 그것마저도 다 못읽고 나왔더ㅜㅜ

 

앉아있다보면 책방 앞을 지나가며 이곳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들리기도 하고, 책방 안까지 들어왔다가 오래 머무르지 않고 다시 나가는 분들도 계셨다

 

 

안그래도 책 자주 안읽는데 책방이 예뻐서 사진 찍느라 더 집중을 못했음..^^

 

그리곤 걸어가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버스를 타기엔 배차간격을 가늠할 수 없어서, 평소에 타지도 않는 택시를 불러 호화롭게 버스터미널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이제 막 취업을 하고 나서야 온전히 스스로 경제적인 여유를 갖게 된 거라

그 마음가짐과 설렘을 갖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싶어 큰 고민없이 다녀왔는데,

혼자 이렇게 갑자기 떠난 여행은 처음이라 넘 새로웠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네오

 

종종 이렇게 좋은 여행지를 추천받고 추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블로그 끗-!